아이디 병원

장애아로 태어난 아이를 가진 부모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특히 쉽게 눈에 띄는 구순구개열(언청이)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는 고통이 더 심하다. 이 때문인지 한국 의사에게서 무료 수술 혜택을 받은 베트남 부모들은 기쁨이 훨씬 컸다. 고경석 서울아산병원 교수, 조병채 경북대병원 교수, 이근철 동아대병원 교수가 수술을 받은 아이들 부모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하노이/이충우 기자＞

"한국 의사 선생님, 매우 훌륭합니다(Bac Si Han Quoc Gioi Lam)."

구강구개열 수술을 받은 후 회복실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회진을 도는 한국 의사들을 보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는 노래로 기쁨을 표현했고 일부는 두 손 꼭 붙잡고 감사를 표했다.

조병채 경북대 교수가 수술한 응우옌두옌(19개월), 박명철 아주대병원 교수와 고경석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함께 수술한 응우옌후두이(8개월), 유대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수술한 천티탐(두 살), 이근철 동아대병원 교수가 수술한 응우옌토탕(한 살), 아이디병원 현원석 원장이 수술한 팜비엣호앙(한 살)을 비롯해 며칠 동안 수술실에서 봤던 낯익은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 가운데 눈길이 가장 많이 가는 어린이는 3시간 넘게 대수술을 했던 응우옌후두이다. 그는 윗입술이 두 갈래로 완전히 찢어져 코와 입이 하나로 연결돼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갈라진 입술 근육을 이어서 활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수술의 핵심이었다.

후두이의 수술은 구순구개열 모양치고는 워낙 기형이어서 박명철 교수와 고경석 교수가 번갈아가면서 진행했고, 베트남 의사 5명이 수술을 지켜보며 기술을 배웠다. 마취는 신옥영 경희대병원 교수와 채윤정 아주대병원 교수가 도왔다. 고 교수와 박 교수는 수술 후 얼굴형을 상상하며 수술할 부위를 먹물 펜으로 그렸다. 절개할 선을 따라 국소지혈 효과가 있는 지혈제를 또다시 주사했다. 그리고 선명하지 않은 부위에 다시 그림을 그렸다. 잠시 후 수술 칼로 그려놓은 선을 따라 조심조심 절개했다.

수술 도중 베트남 의사의 실수로 고 교수가 칼에 찔리는 상처를 입어 식은땀이 흘렀다. 손마디보다 작은 8개월짜리 후두이의 윗입술을 절개하고 갈라진 근육을 이어붙이는 과정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얼굴은 정상적인 윗입술을 가진 얼굴로 거듭나고 있었다. 베트남 의사들은 정교하고 날렵한 한국 의사들의 솜씨를 보며 예술이라고 감탄했다.

수술이 끝난 뒤 후두이는 참았던 고통을 표현하듯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나절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의 엄마(38ㆍ응우옌티툭)는 어린 딸을 보자마자 얼싸안고 한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조병채 교수가 집도한 두옌은 입 천장이 갈라진 구개열을 앓아왔다. 구개열 환자는 입 천장이 갈라져 있어 발음을 잘 못하고 말을 해도 콧소리가 난다. 구개열은 수술하면 80~90%가 정상적으로 발음할 수 있게 된다. 수술은 갈라진 입 천장 근육과 점막의 하나하나를 분리해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술은 `중` 정도로 보통 1시간에서 1시간30분쯤 걸린다.

두옌의 엄마(37ㆍ레티지앙)는 "아들을 아름답게 수술해줘 정말 고맙다"며 "한국 의사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했을 텐데, 매우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인도차이나클럽 의료진이 일주일 동안 진행한 수술은 총 45건으로 모두 한 편의 감동 드라마였다. 특히 봉사활동 기간 베트남 국민배우인 꿔억뚜안 씨(49)가 어퍼츠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을 데리고 한국 의료진을 찾아 진료를 받기도 했다.

베트남 영화 100여 편에 주인공으로 출연해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그는 유대현 세브란스병원 교수와 권순만 이스트만치과 원장을 아들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들 안뚜안(9)은 호주 의사들도 포기할 정도로 어퍼츠증후군(위턱이 자라지 않아 숨쉬기가 곤란하고 손이 붙는 증상)이 심했지만 유 교수와 권 원장이 2008년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을 해줘 증상이 많이 호전됐다.

이번에 한국 의료진의 수술을 받은 베트남 어린이들은 모두 형편이 여의치 않아 1인당 80~100달러씩 지원을 받았다. 이 돈은 인도차이나클럽의 의료진이 부담한 금액으로 아이들 가족의 교통비와 숙박비로 쓰였다.

한국에서 구순구개열 수술을 받으려면 평균 400만~500만원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무료 수술로 베트남 아이들이 작지 않은 혜택을 본 셈이다.

[하노이(베트남) =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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