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병원

식당을 운영하는 박귀남 씨(64)는 최근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보청기를 착용한 이후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만족스럽다. 청각 기능이 떨어진 박씨는 종종 음식 주문을 잘못 받아 낭패를 겪곤 했다. 그동안 보청기는 귓구멍 모양의 본을 환자에게 끼워보고 맞으면 이를 제작사에 보내 플라스틱을 부어 만들었다. 하지만 스캔해서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보청기 모형을 만들어 파일을 보내면 이제 3D 프린터로 빠르면 하루 만에 제작할 수 있다. 본을 뜨고 만들어 보청기 제작회사에 보내야 하는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을 훌쩍 뛰어넘는 셈이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7~8㎜쯤 나온 김희연 씨(27)는 지난달 양악수술을 받기 전 3D-CT 촬영을 위해 검사대 위에 누웠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김씨 얼굴뼈의 비대칭 정도와 신경선 주행 경로 등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양악수술이나 안면윤곽수술과 같은 얼굴뼈를 수술할 때에는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3D-CT 촬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료진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CT로 찍은 김씨 얼굴뼈의 모형물을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한 뒤, 모형물을 놓고 오차가 없게끔 수술플랜을 짜고 가상수술을 실시해 안전성 확보에 완벽을 기했다.

이 모형물을 통해 수술 중 예상되는 얼굴 골격의 절제 범위, 절제 부위의 뼈 두께를 육안으로 미리 확인한 것이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인체 모형을 이용한 수술이나 신체 보조기구가 정확하고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의료 현장에서 사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본을 떠서 모형을 만들던 보청기와 의족ㆍ의수, 의치 등의 영역에서 3D 프린터가 주목받고 있다.

귓구멍 모양은 사람마다 달라 셸(조개 모양의 본을 뜨는 것)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보청기를 난청환자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난청환자가 보청기에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활용하면 스캔해서 만든 모형대로 `나에게 맞는 정확한 보청기`를 만들 수 있다.